글

김용덕 어머님 홍초월 여사 소천

안타까운 소식을 전해 드립니다 지난 2020년 12월 27일 일요일 10시경 고 김용덕 학우의 어머님이신 홍초월 어머님께서 89세의 연세로 소천 하셨습니다 장례는 용인 평온의 숲에서 가족 친지 및 89학번 친구들이 참석하여 조용히 치루어졌습니다. 어머님께서는 평생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서 소천하시기 2주 정도 몸이 편찮으셨지만 다행히 큰 고생없이 평안히 소천 하셨다고 합니다. 임종시에는 첫째 누님과 매형이 함께 자리를 지켜주어 쓸쓸하지 않게 평안히 가셨다고 합니다. 지금쯤 꿈에서도 그리던 아들 용덕이를 만나 소곤소곤 그동안 못다한 이야기를 하느라 얼마나 기쁘고 행복하실까 생각이 듭니다 평생 고생하셨던 어머님...이제 아들 용덕이와 행복하고 평안한 시간 보내세요... 하느님께서 두 사람의 영혼을 천국에서 거두어 주시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아멘

1992.6.26 일기글

무엇이 그리운지도 모르게 그리움에 미쳐버릴것 같은 나날의 연속입니다 고향에 계신 홀어머니도 그립고 아무도 없는 자취방 쳐진 어깨 쓸어줄 연인도 그립습니다. 재 작년에 죽어버린 바보같은 아버지의 무덤도 그립고 원수처럼 만나면 으르렁거리는 큰 누이도 그립고 며칠 전 돈벌이에 손이 찢어져 열 바늘을 꼬메버린 둘째 누이도 그립고 멍청하게 일만하다 시집가 두 아이의 어머니가 된 막내누이도 그립고 아무도 기억 못해주는 생일을 기억해준 군발이 둘도없는 친구 은걸이도 그립습니다 그리워서 미쳐버릴 것 만 같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술을 마셨습니다 그래서 후배 앞에서 횡설수설 했더니 몰 상식한 후배가 보기싫다고 나가버렸습니다. 나는 우리 아버지를 닮아서 멍청합니다 그래서 아직 나의 고민 들어줄 연인 하나 없습니다 나는 정말로 멍청한가 봅니다. 나를 그리움에 미치게하는 이 모든 것들 중에서 가장 그리운 것은 무엇일까요? 욕탕을 갔다온 6월 26일 밤, 자기 아버지를 닮아 멍청한 용덕이가 1992.6.26 김용덕

1989.6.13 사문일지

사문 (*사월문학반)에서의 시한부적인 시간을 알차게 채우기 위해서 난 얼마만큼 성실했고 또 얼마만큼 발버둥을 쳤는가 삼개월하고도 삼십일이 더 지나간 시간 속에서 난 무엇을 느꼈으며 무엇을 알았는가 일년 전과 달라진 것이라곤 없는 고민과 그 때 이상으로 질적인 변화라곤 없는 생활 움직여야 한다는 단 하나의 명제만 품고 살아온 지금에 서서 생각해 볼때 난 어디로 얼마만큼 움직였는가 손톱이 달아 빠지도록 벽을 긁고 또 긁자 발 뒷굼치가 닳아서 해지도록 뛰자 긁고 긁고 뛰고 또 뛰면 어둠을 밀치고 해가 뜨는 것처럼 무언가가 삶이라는 나의 손안에 잡힐 거야 불성실하고 무절제한 너 너 죽어라 !!! 교직원노조 결성과정에서 직위해제 당하시고 민주당사에서 긴 단식 투쟁후에 경찰서로 가신 나의 은사님과 평민당사에서 7일간 6일간 5일간 단식을 마치고 나온 내 친구들과 현호형을 생각하며 상대적으로 불성실했던 나를 반성하며 1989.6.13 사문일지 김용덕

봄

미치고 싶지 고름같은 일상 죽죽 찢어발기고 말처럼 뛰고 싶지 울고 싶지 호수같은 하늘 눈물 목련처럼 뚝뚝 떨구고 싶지..싶지.. 죽고 싶지 바다같은 벌판 살랑이는 바람 배터지게 마시고 싶지 그래서 죽고 싶지 죽어서 다시 살고 싶지 살아서 꽃씨처럼 날리고 싶지 방향없이 날리고 싶지 날려서 끝까지 가고 싶지..싶지.. 1991.4.22일 김용덕

들리지않아요

들리지않아요 그대 목소리 옛날 같이 낭랑하게 들리지않아요 이러다가 돌아갈 것 같아요 당신을 따라 내 마음 초개같이 버리고 따라온 바람같은 시절이 이제는 부질없는 후회로만 남을 것 같아요 당신을 따라 어렵던 계절 따라 견디었지요 그 시절 쌓이는 슬픔마다 당신도 함께 걷고 있다는 위로 꾹꾹 접어 두고 속으로만 울었지요 1993년 8월 어느날 김용덕

잠 안오는 밤2

잠 안오는 밤 밤 새 눈이 내린다 내 마음 어지러운 혼돈의 숲에도 눈이 뿌린다 나이가 들면서 마음이 자주 불안해진다 하나를 더먹어 내 나이 이제 스물 넷 오십의 반 고개를 올라서는데 아직도 나는 바람처럼 구르기만 할 뿐 나는 미치게 울고 싶다 1993년 1월 17일 저녁 김용덕

잠 안오는 밤1

잠이 안와 뜬 눈으로 새우는 밤에는 어둠 새로 온갖 생각이 머리를 들쑤신다 작년 여름 징한 세상 폐암으로 돌아가신 이른 둘 아버지가 먼저 나타나 그렁그렁한 눈으로 바라만 보시다 마지못해 가시고 가끔씩 수술자리가 아프시다던 예순의 어머니가 오셔서 30년 괘기 독으로 오른 붉은 손으로 나를 붙잡고 우신다 야야 내등이 이리 굽어도 니만 있으면 나는 즐거운 기라 카랑카랑한 눈으로 누이들도 나타나 아버지는 니 때문에 죽은기라 감기가 뜬금없이 암이 되나 니놈만 아니면 한 십년은 더 사셨을거다 핏대를 올리다 올리다 젯 풀에 꺾여 사라진다 술기운으로 잠 안오는 그런 날이면 잠 안오는 밤보다 푸석하게 부어오른 아버지 얼굴이 더 무섭고 그런 날이면, 정말이지 구들장 밑으로 들어가 벌레라도 되고 싶다. 김용덕

1989년 4월 24일 편지글

경미 누나 보시오 새벽 2시. 뜨거운 액체. 코피란 놈이 날 잠에서 깨워 버렸읍니다. 정말로 따분하고 신경질 나는 주말이었읍니다. 자다가 깨다가 책 좀 읽다가 또 자다가, 정말로 제대로 된 주말이 아니었읍니다. 아침 굶고 점심엔 라면 저녁엔 제대로 먹는다고 마른 반찬 1000원, 오이 3개 500원, 감자 1000원에 사서 해 먹었는데 점점 게을러지기 시작합니다. 자취하는 사람에게 있어서 게으름이란 곧 영양실조를 의미하는데, 스스로 알아서 챙겨 먹어야 하는데, 쌀도 떨어지고 연탄도 2장 남았는데, 비 오고 추운 날 땔려고 남겨 두었는데, 돈도 1710원 남았는데, 주머니 비니까 그냥 불안해지니까. 누나 그냥 불안하다. 바람만 조금 세게 불면 와르르 무너져 내릴 것만 같아. 어딘가에서부터 쌓아올라간 벽돌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아. 어쩌면 쌓아 올리지조차 않았을 벽들이, 기반부터 빠져버림을.... 누나 참으로 우수운 얘기고 참을 수 없는 이야기인것 같아요. 누군가의 삶의 가치와 가치관을 위해서 주위의 누군가의 삶이 파괴되고 힘들어야 한다는 사실. 정말로 참기 힘든 일입니다. 2달에서 10일 조금 빠지는 생활 속에서 써클에 정이 들었던 모양입니다. 내가 떠난 후에 써클 문학반 이야기 모음 집에 선배 하나가 써 놓은 글이 그래도 정이 들었음을.... 우리가 매일 매일의 일을 정리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사람과의 관계도 정리해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학교 계속 나가기로 했읍니다. 학교 일로 성남 누이 집에 들렀는데 그날 술 취하신 아버지가 내 생활이 궁금해서 전화를 했답니다. 아버지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내 결심이 와르르 무너져 내립니다. 자식 새끼 500원짜리 밥 먹는다는 사실에, 자식 새끼 500원짜리 밥을 위해서 5시 30분까지 노동판에서 일하신다는 아버지. 자식 새끼의 보답없는 삶을 위해서 그날도 야근하신다는 어머니. 누나 내가 그들을 위해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버리고 말았읍니다. 아무런 소득도 없는...

노을

지는 노을이 소리 없이 붉다 사라져 가는 모든 것들 울며 발을 동동 구르며 마지막 집착의 한숨을 토한다 아! 나는 저물어 가는 길목 어디쯤에서 이렇게 긴 한숨을 짓는 것일까 1993년 9월 1일 김용덕 덧붙이는 말 이 시는 용덕이가 세상을 떠나기 4일전에 마지막으로 남긴 시입니다. 마치 자신의 운명을 알고 있기라도 한 듯. 이 시를 볼 때마다 그가 정말로 지는 노을을 보고 발을 동동 구르며 긴 한숨을 짓고 있는 것처럼 눈 앞에 보이는 듯 합니다.

떠나는 너야 어떨까마는

떠나는 너야 어떨까마는 살아있는 사람들은 떠나는 너로 인해 잊지 못할 마음의 상처를 가진다 너를 데리고 벽제로 가는 아침 안개가 끼고 인연 없는 몇몇의 사람들 무심코 너를 볼 뿐이나 지나간 10년 동안의 세월 너와 함께 했던 사람들 후회와 그리움으로 뚫리는 가슴을 어찌 채우란 말이냐 얻을 것 없는 세상에 태어나 네가 남기는 것은 흘러가는 강물에 버려지는 한 줌 재와 너를 아는 사람들 가슴속에 쓸쓸한 기억 뿐 아름다운 기억은 아름다워서 더욱 가슴 아프고 살아있는 사람들 가슴속에 살아있는 기억들 잊는다고 잊혀질까마는 마지막 가는 길에 모두 다 가져가거라 너를 데리고 벽제로 가는 마지막 아침 아쉬운 기억만이 쓸쓸하게 바람처럼 가고 있다 김용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