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김용덕을 생각하며

한국외국어대학교 왕산 캠퍼스에는 아름다운 명수당이 있고 명수당 한쪽에 시비가 하나 서 있습니다. 저에게는 둘도 없던 친구였던 김용덕의 시비입니다.
1989년 외대에 입학한 우리는 사월문학반 동아리에서 만났습니다.
그리고 저는 남루해 보이는 친구 김용덕이 쓴 시들에 충격을 받았습니다.
무엇보다 친구는 진실했고 그러면서도 가끔씩 흰 이를 드러내며 잘 웃었습니다.
우리는 돈이 없는 가난한 학생들이어서 만원도 되지 않는 돈으로 자주 술을 마시며 이야기를 오래 하곤 했습니다.
대학 1학년 여름방학을 이용해서 전국을 한 달 동안 돌아다닌 기억은 저의 대학 생활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되었습니다.
멍게 한 접시에 소주 한잔 혹은 막걸리에 생라면을 부수어 먹으며 길바닥에 앉아 이야기를 해도 우리의 가슴에는 지성인이라는 뿌듯함이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우리는 이유 모를 외로움을 가진 사람들이었는데 둘이 함께 시간을 보낼 때는 서로의 외로움을 나누어 가질 수 있어 외롭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당시 그 친구가 부족한 저의 위치에까지 내려와서 저의 수준에 맞추어 준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1993년 9월 5일에 그 친구는 세상을 떠났고 저에게는 그의 시들과 편지들과 기억들이 남았습니다.
1997년 그의 시비를 아름다운 명수당이 내려다보이는 학교 캠퍼스에 세우고 그곳은 매년 그 친구를 잊지 못하는 친구들의 만남의 장소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제 나이 오십 중반에 접어들어서 퇴직을 앞두고 그 친구를 회상하며 친구의 시집을 만들어 보려고 합니다.
김용덕의 시는 그가 고등학교 시절부터 대학교 시절에 쓰여진 것들입니다.
지금 다시 읽어보아도 그 젊은 나이에 이런 시를 쓰다니 감탄을 하게 되지만 무엇보다 그 친구의 훌륭했던 점은 시와 그의 삶과 행동이 다르지 않았다는 것이었습니다.
그의 시가 훌륭했던 것처럼 그의 삶과 행동이 훌륭했다는 것을 저는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입니다.
거의 2년 동안을 둘도 없던 친구로 그림자처럼 같이 있었으니까요.
앞으로 친구의 시와 글을 모아 “시인 김용덕 유고 시집”을 만들어 볼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의 시와 글이 오래오래 세상에 남아 울림이 되어 주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유은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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